글. 작가언니

"친구는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 더글라스케네디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중에서 "

얼마 만의 여행인지..
멀리 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원하는 곳에 갈 수 없기에 우리가 생각한 최선은 근교 캠핑이었다. 마스크 없이 밖에서 놀 수 있다며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런 따뜻한 마음속에서 함께 한 '마음을 읽는 오로르'라 더 많이 반갑고 행복하게 오로르를 만날 수 있었다.

마법을 쓰는 아이 오로르를 만나 책을 읽는 내내 온전히 오로르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마법 같은 도서.⠀

『신비한 힘을 가진 11살 오로르는 사람들이 자폐아라 부르고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아이이다.』
라고 책 소개 글에 나와 있지만,
오로르를 만나 책을 덮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오로르가 장애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늘 행복하고 타인의 마음을 살피며 나 자신이 뭐든 해낼 수 있음을 믿는 오로르의 당찬 용기와 자신감이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기만 했다.

자폐증 스펙트럼 안에 있던 아들 맥스의 건강한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 작가 더글라스케네디가 그려내는 이야기 속 오로르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의 소신에 흔들림이 없는 아이다.

작가는 오로르를 통해 가족, 관계의 복잡성, '힘든 세상'에서 필요한 연민과 관용과 이해, 그리고 세상을 남다르게 인지하는 사람들의 특성 등에 관한 아주 현대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완성했다.

오로르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세상에는 상상 속 세상인 '참깨 세상' 만큼은 아니지만 현실의 지금을 칭하는
'힘든 세상'만의 행복이 존재한다.

"힘든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외로워.
그래서 '친구'라는 개념이 생긴 거야.
친구는 그냥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야.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글 속에서 자신의 외모로 크게 상처받는 루시가 등장한다.
학교 아이들에게는 물론 엄마가 쏟아내는 모진 말들에 상처받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오로르는 마음 아파하고 돕고 싶은 마음을 끊임없이 가지며 조지안느 선생님에게 질문하던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여 필사를 해뒀는데 역시나 책의 표지에도 그 문구가 실려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은 네 책임이 아니야. 네 행복이 남의 책임도 아니고."
"그래도 행복해지도록 남을 도울 수는 있죠."
"그래. 시도할 수는 있어. 남을 도우려고 하는 건 아주 좋은 일이기도 해.
그렇지만 인생을 더 밝게 보도록 남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인생을 달리 보는 건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이야."

오로르가 다시 묻는다.

"행복은 선택이에요?"
"모든 건 선택이야."

______________

언제나 자신을 믿고 긍정으로 다가가는 아이 오로르.
주변에서 할 수 있겠냐고 걱정의 시선을 보내면 "난 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라고...
비록 말을 할 수 없지만 자기의 의사 표현 도구인 태블릿에 빠르게 입력을 해서 보여주며 싱긋 웃는 아이 오로르.
바라만 봐도 행복한 아이 오로르와 꼭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비록 내 생각을 온전히 다 읽어버린다고 해도 말이다. ^^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도서가 빛나도록 예뻤던 날.
자연 속에서 아이의 벗이 되어주기도 했던 오로르.
누드 사철 제본으로 만들어져 있어 양쪽 페이지가 굴곡 없이 쫙 펴지는 게 너무 마음에 든다는 아이.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오로르' 에게 인사를 건네보며...^^

나만큼이나 즐겁게 아이가 오로르를 읽어주고, 그와 관련된 수다를 한참이나 나눈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도서.
아이들과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어머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글. 작가언니


"지금 이 순간 존재 전체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다음
순간 더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어요.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 서로의 마음이
맑아져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됩니다."

- 스님 법문집 '좋은 말씀' 중에서

느긋이 산책을 즐기다 초록이 좋아 자리잡았던 날.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은 언제나 선물같다.

인생이란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지금' 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흔히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가정이, 어머니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적합니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적인 단위이고, 그 가정의 기둥은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가정이 건강하지 않을 때 여러가지 문제들이 파생됩니다...자식을 육체적으로만 탄생시키는 어머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자식의 가슴에 싹 틔우는, 그래서 진정한 탄생을 맛보게 하는 어머니가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 어머니의 길을 제시해주시는 글.

부담감이 아닌 좋은 가르침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글.
완벽한 엄마에 대한 강요가 아닌 제대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기를 바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요즘 뉴스를 보면 친어머니가 맞을까 귀를 의심하게 되는 사건들이 쏟아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오늘.

"온화한 마음으로 성냄을 이겨라.
착한 일로써 악을 이겨라.
베푸는 일로써 인색함을 이겨라.
진실로써 거짓을 이겨라."

남이 나를 어떻게 이해합니까? 또 내가 어떻게 남을 다 이해할 수 있어요? 피상적인 관찰이고 피상적인 판단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웃 간에, 친구 간에 듣기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거기에 파르르 타서 재가 되지 마세요. '내가 지금까지 남한테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한 탓에 듣기 싫은 소리 한번 들어 보아라, 하고 울려오는 메아리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돼요.

구구절절 옳은 스님의 좋은 말씀들.​



"진달래가 진달래답게 피어나듯,
그대도 그대답게 피어나라."



나도 나답게.
그대도 그대답게.
우리 아이들도 아이들답게.

그렇게 나 다운 모습을 사랑하는 매일이 되길 바라본다.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세 번째 작품 『82년생 김지영』.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
조남주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6.10.14


부쩍 바쁜 업무에 지친 남편의 생일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도 짧다 못해 벌써 끝을 향해가는 방학이 아쉬워 늦은 시간 대화를 나누다 급 추진하게 된 열차를 타고 떠나는 순천 여행.

난 평소 여행을 떠날 때 책 한 권을 꼭 가져가는 편인데, 여행이 결정되자마자 서점에서 몇 페이지 읽고 그쳐 아쉬웠던 조남주 작가님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싶어 도서관 사이트를 계속 들락날락했다. 서점에 가서 사야 할까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도 매일 대출 중이던 도서가 도서관에 딱 한 권 비치되어 있는 찰나를 잡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오른 기차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큰 즐거움에 여유와 힐링까지 선물 받는 시간이 되어주었고, 가족여행 중 유일하게 혼자가 되는 시각. 모두가 잠든 시각 한 밤의 벗이 되어 주었던 82년생 김지영씨.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그녀이기에 나의 과거 역시의 풍경 역시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내가 잘 아는 지인 혹은 동창 누군가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 수어 읽을 수 밖에 없었던 '82년생 김지영'

그만큼 안타까운 우리네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그렇기까지 할까' 라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알고 보면 우리가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했던.

그저 '괜찮다' 라는 생각과 '개선될 거다'라는 의미 없는 희망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남의 일이라 방관했던 건 아니었는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남도열차가 운행하지 않기에 무궁화호를 타고 오는 긴 시간에도 책이 있어 든든하고 좋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덮으며 마음이 참 헛헛해 한 참을 멍하게 차창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아이는 본인 책들을 다 읽고 엄마가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도 읽어보고 싶다며 엄청나게 심각한 얼굴로 김지영씨의 초등시절 이야기를 읽고는 재미있다고 건네주는 아이.
(그 이상의 내용은 소설이지만 소설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가 살아온 시대의 과거라 아직은 읽지 않았으면 하기도 했고 아이도 알아서 거기까지만 읽고 나에게 건내서 다행이었다)

82년생 김지영

하늘도 날씨도 바람도.
일정과 장소와 먹거리까지 완벽했던 우리의 순천 여행.
역시 내가 그리 느끼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럴 수 있었을 거란 깨달음을 얻으며 올해의 네 번째 책과의 추억을 기록해본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대에게도 추천하는 '82년생 김지영'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

안녕하세요?
<작가언니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 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평범한 그녀가 책을 통해 배우고 읽으며 이제는 2권의 도서를 출간한 작가 언니로 거듭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10대의 설렘 많은 소녀였던 작가 언니.
20대의 꽃피는 청춘을 맞이한 숙녀였던 작가 언니.
30대 생애 처음 엄마가 된 격변을 경험한 작가 언니.
그리고...
40대 우리네 삶의 가운데 서게 된 지금의 작가 언니의 이야기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도 좋아하고 드라마도 좋아합니다.
제 이야기입니다.
책을 늘 곁에 두었기에 아이도 고스란히 엄마를 따라 배웁니다.
그리고 아이는 단단한 독서의 성취를 경험하는 13살 소녀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제 삶을 걸어오며 빼놓을 수 없는 '책'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담아볼까 합니다.
조금씩 성장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문장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울림이 되어 전해질 수 있길 희망합니다.
오늘도 나를 위한 하루 10분, 즐독 하며 보내는 시간을 선물해주세요.
매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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