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세 번째 작품 『82년생 김지영』.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
조남주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6.10.14


부쩍 바쁜 업무에 지친 남편의 생일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도 짧다 못해 벌써 끝을 향해가는 방학이 아쉬워 늦은 시간 대화를 나누다 급 추진하게 된 열차를 타고 떠나는 순천 여행.

난 평소 여행을 떠날 때 책 한 권을 꼭 가져가는 편인데, 여행이 결정되자마자 서점에서 몇 페이지 읽고 그쳐 아쉬웠던 조남주 작가님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싶어 도서관 사이트를 계속 들락날락했다. 서점에 가서 사야 할까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도 매일 대출 중이던 도서가 도서관에 딱 한 권 비치되어 있는 찰나를 잡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오른 기차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큰 즐거움에 여유와 힐링까지 선물 받는 시간이 되어주었고, 가족여행 중 유일하게 혼자가 되는 시각. 모두가 잠든 시각 한 밤의 벗이 되어 주었던 82년생 김지영씨.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그녀이기에 나의 과거 역시의 풍경 역시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내가 잘 아는 지인 혹은 동창 누군가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 수어 읽을 수 밖에 없었던 '82년생 김지영'

그만큼 안타까운 우리네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그렇기까지 할까' 라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알고 보면 우리가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했던.

그저 '괜찮다' 라는 생각과 '개선될 거다'라는 의미 없는 희망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남의 일이라 방관했던 건 아니었는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남도열차가 운행하지 않기에 무궁화호를 타고 오는 긴 시간에도 책이 있어 든든하고 좋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덮으며 마음이 참 헛헛해 한 참을 멍하게 차창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아이는 본인 책들을 다 읽고 엄마가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도 읽어보고 싶다며 엄청나게 심각한 얼굴로 김지영씨의 초등시절 이야기를 읽고는 재미있다고 건네주는 아이.
(그 이상의 내용은 소설이지만 소설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가 살아온 시대의 과거라 아직은 읽지 않았으면 하기도 했고 아이도 알아서 거기까지만 읽고 나에게 건내서 다행이었다)

82년생 김지영

하늘도 날씨도 바람도.
일정과 장소와 먹거리까지 완벽했던 우리의 순천 여행.
역시 내가 그리 느끼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럴 수 있었을 거란 깨달음을 얻으며 올해의 네 번째 책과의 추억을 기록해본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대에게도 추천하는 '82년생 김지영'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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