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다림작가
'멜로가 체질'은 오랜만에 힐링이 되는 드라마였다.
언제 방송하는지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이미 주제곡을 흥얼거리게 되는 바로 그런 드라마. 장범준 특유의 음색과 클래식한 기타선율이 어우러져 길고 긴 제목에도 자꾸만 듣고 싶고 따라부르게 되는 그런 중독성의 음악은 결국 1년이 지난 시간 드디어 나를 티비앞으로 불러들였다.
물론 그 시작에는 넷플릭스가 한 몫 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미 '킹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는 것만으로도 애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무료한 지금 속에서 지난 명작들을 보는 재미는 솔솔한 일상의 즐거움이 된다.
어딘가에 꼭 존재할 것만 같은 배우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우리네 삶과 그리 멀지 않아 더 좋았다.
처음 만나게 되는 배우도 있었는데 이 배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인물을 감히 누구로 상상해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드라마 뭐지? 하는 물음표와 흥미도를 끌어올린 결정타가 내게 한 포인트가 있는데,
"안 들어~~~" "아~~~안들어~~충고 안들어~~~"
남자주인공이 이렇게 못생기게 얼굴이 나와도 괜찮은건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던 장면인데 이 장면으로 나는 '멜로가 체질'의 아주 성실한 시청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그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손범수 감독의 명대사. 싸가지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급 호감의 길로 접어드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 장면은 무조건 꼭 시청하시기를.
맥주 한 잔과 함께 나누는 주인공들의 수다는 정신없이 쏘아대는 폭격같지만 그속에 그들만이 공유하는 따뜻함이 좋았고, 잘 부르는 노래실력은 아니었지만 배경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안재홍의 연주 장면은 은근하게 멋스럽고 듣기 좋아지는 매력을 뽐낸다.
둘 만 있으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대사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 높아질수록 달달함으로 바꿔놓기 충분했고,
처음에는 분명 뭐야? 싶었던 진상(?)의 등장 인물들이 모두가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제자리에서 반짝반짝 빛이난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닌 '멜로가 체질'
빵구트기로 한 편을 완성하는 필력이란!
아! 그러고 보니 우리의 영원한 구씨 손석구 배우가 여기 나왔었다.!!!!
어른같은 아이와 아이같은 어른.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대사는 갑갑한 속을 뻥 뚫어준다.
극의 흐름에 꼭 필요한...
아니 어쩌면 우리 인생에 꼭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싶은 멋진 사수였던 그녀 역시 최고였다.
고민을 나누고 아픔을 함께 견뎌내며 성장하는 서른의 그녀들.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은 평범한 일상이 함께 어우러지기에 그들을 응원하고 공감할 수밖에..
난 솔직히 '멜로가 체질' 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배우들이 많다.
지금은 어디에서 또 어떤 모습의 캐릭터로 살아가고 있을까?
애정으로 마무리한 드라마는 궁금한 마음에 불을 지피고 결국 인물들의 뒤를 따라가게 한다.
큰 기대없이 첫 편을 보게 되면서 16화까지 정주행하게 되었던 마성의 드라마 '멜로가 체질'
무료하거나 반복된 일상에 다소 지쳐있는 당신이라면. 큰 기대없이 복잡한 생각들을 비워내고 싶은 그대라면.
감동적이면서 유쾌하면서 위로까지 되는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 '멜로가 체질'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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