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장편소설

- 저자
- 조남주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16.10.14
부쩍 바쁜 업무에 지친 남편의 생일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도 짧다 못해 벌써 끝을 향해가는 방학이 아쉬워 늦은 시간 대화를 나누다 급 추진하게 된 열차를 타고 떠나는 순천 여행.

난 평소 여행을 떠날 때 책 한 권을 꼭 가져가는 편인데, 여행이 결정되자마자 서점에서 몇 페이지 읽고 그쳐 아쉬웠던 조남주 작가님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싶어 도서관 사이트를 계속 들락날락했다. 서점에 가서 사야 할까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도 매일 대출 중이던 도서가 도서관에 딱 한 권 비치되어 있는 찰나를 잡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오른 기차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큰 즐거움에 여유와 힐링까지 선물 받는 시간이 되어주었고, 가족여행 중 유일하게 혼자가 되는 시각. 모두가 잠든 시각 한 밤의 벗이 되어 주었던 82년생 김지영씨.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그녀이기에 나의 과거 역시의 풍경 역시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내가 잘 아는 지인 혹은 동창 누군가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 수어 읽을 수 밖에 없었던 '82년생 김지영'
그만큼 안타까운 우리네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그렇기까지 할까' 라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알고 보면 우리가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했던.
그저 '괜찮다' 라는 생각과 '개선될 거다'라는 의미 없는 희망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남의 일이라 방관했던 건 아니었는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남도열차가 운행하지 않기에 무궁화호를 타고 오는 긴 시간에도 책이 있어 든든하고 좋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덮으며 마음이 참 헛헛해 한 참을 멍하게 차창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아이는 본인 책들을 다 읽고 엄마가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도 읽어보고 싶다며 엄청나게 심각한 얼굴로 김지영씨의 초등시절 이야기를 읽고는 재미있다고 건네주는 아이.
(그 이상의 내용은 소설이지만 소설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가 살아온 시대의 과거라 아직은 읽지 않았으면 하기도 했고 아이도 알아서 거기까지만 읽고 나에게 건내서 다행이었다)

하늘도 날씨도 바람도.
일정과 장소와 먹거리까지 완벽했던 우리의 순천 여행.
역시 내가 그리 느끼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럴 수 있었을 거란 깨달음을 얻으며 올해의 네 번째 책과의 추억을 기록해본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대에게도 추천하는 '82년생 김지영'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